알렉산드르 티모닌(62) 주한 러시아대사는 5월 모스크바에서 있을 러시아 전승기념행사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방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티모닌 대사는 12일 서울 정동 러시아대사관에서 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이 서로 의지가 있다면 모스크바에서 만날 수 있다고 본다”며 “남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러시아 측에 달려 있는게 아니라 남북 정상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은 전승기념행사 참석이 유력하다. 박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러시아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 그는 “러시아의 역할은 이 과정을 지지하며 남북한 접촉에 호의적인 환경과 조건을 조성하는데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배치 문제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러시아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전적으로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전체의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동북아 지역 내에서 긴장을 고조하는 행동을 삼가해야 한다”면서다.
티모닌 대사는 지난 1월 25일 부임했다.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처음이다. 한국 대사로 부임하기 전 2년 7개월 간 주북한 러시아대사를 지냈다. 주북한 대사에서 한국 대사로 온 건 그가 처음이다.
티모닌 대사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이다. 1980년 러시아 외교부에 들어간 후 서울에서만 12년을 근무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한국역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그는 “나의 외교관 일생은 모두 한반도와 관련돼 있었다”며 “주한 러시아대사로서 한·러 관계 강화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정상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티모닌 대사에게 한국과 북한의 차이에 대해 물었다.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많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북 사람들 모두 똑같이 평화와 번영을 갈망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모두 통일에 대한 염원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러시아도 한민족의 염원이 이뤄지는데 도움을 주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서는 6자회담 재개를 언급했다. 티모닌 대사는 2005년 6자회담에 러시아 차석대표로 참석했다. 티모닌 대사는 “러시아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정치외교적인 방법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며 "6자회담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적절하고 검증된 방법이다”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 등에 합의한 2005년 9월 19일 6자 회담 공동 성명에 기초해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남·북·러 3각 경협 등 각종 사안에 대해서도 그 동안의 성과와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티모닌 대사는 “남북러 3각 협력은 한국의 미래에 큰 의미를 가진다. 이제 중요한 건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티모닌 대사는 인터뷰를 하며 애완견 시모나(SIMONA)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티모닌 대사가 한국에 부임할 때 그의 부인인 나탈리아 티모닌은 시모나를 품에 안고 한국에 입국했다. 티모닌 대사는 "시모나는 노르위치테리어 종으로 드문 품종의 강아지”라며 "성격이 아주 착해 한국 사람들을 잘 따른다”고 말했다. 티모닌 대사는 시모나와 함께 러시아대사관저가 있는 서울 구기동 일대를 산책하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티모닌 대사는 “한국 국민에게 행복과 성공을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다”고 한국어로 인사하며 인터뷰를 마쳤다.